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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업은 앎과 모름의 경계가 확실한 세계예요. 사람들에게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이죠. 마트에서 우리는 깔끔하게 가공된 식재료로 육류와 달걀, 유제품을 접하지만 생명이 상품이 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깊게 들여다보기 전까지는요.
지난 레터의 동물 대장 윤나리 님은 "알고 나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더 포지> 프리즘 레터에서는 감히 앎의 경계를 넘어보는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어떤 문제든 직면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지만 그 경계를 넘어 마주할 세계는 어쩌면 훨씬 넓고 다채로울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회복을 도모하고, 끝내는 대안을 얻어갈 거예요. 마음의 준비가 되셨나요?
Editor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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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리즘
🔴문제를 인식하기 :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
🟠회복을 도모하기 : 동물에게 늙어갈 자유를, 생추어리 농장 🟡대안을 세워보기 : 비건적인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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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하는 콘텐츠를 소개할게요. 2018년 호주에서 제작된 <Dominion>이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배자'라는 뜻의 제목처럼, 다큐멘터리는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지배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푸른 초원과 웃고 있는 농부, 그리고 여유로운 가축들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축산업의 아름다운 포장지를 뜯어, 그 내면에 감추어진 날것을 보여주죠.
카메라는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실시간으로 녹화되는 CCTV 화면, 곳곳에 은밀하게 숨겨진 카메라는 가축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면밀한 시선으로 따라갑니다. 과장도 수사도 감정도 배제한 건조한 앵글이지만 노골적인 착취와 학대의 이미지는 결코 이 다큐를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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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동물은 돼지, 소, 닭, 말 등 다양하지만 결국 이야기는 같은 지점으로 귀결돼요.
▪︎ 필요에 의한 탄생: 다큐멘터리에서는 번식력이 좋은 수컷의 씨가 암컷에게 인공적으로 주입되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와요. 특히 낙농업은 강제적인 수태의 문제가 도드라지는데, 우유를 얻기 위해서는 젖소가 지속적으로 출산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다큐멘터리는 일꾼이 암소의 항문으로 팔을 넣어 인공 수정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내요.
▪︎ 비정상적인 성장: 비육용 가축들의 경우 신속하게 크기를 키워 도축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성장을 유도해요. 오리는 유전자 조작과 인공적인 조명으로 급식의 양을 최대화한 탓에 생후 7주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데, 본래 물에서 생활하기에 다리 관절이 약한 오리는 본인의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죠.
▪︎ 학대: 가축들은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지내고 배설물 위에서 살아가며, 그 속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어미에게 깔려 죽거나 배설물에 질식해서 죽기도 합니다. 운좋게 살아남은 새끼들의 다음 단계는 학대와 착취입니다. 특히 토끼나 거위, 오리는 도살될 때까지 강제로 털이 뽑히는 일을 일생동안 반복해요. 몸부림치는 동물들의 피부에서 무자비하게 뽑혀 나간 털은 공장으로 보내지죠.
▪︎ 비인도적 도축: 다큐멘터리는 가스실, 전기충격, 장총 발사와 같은 도축의 여러 방법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도축을 하리라 믿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축될 때까지 동물들은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눈앞에서 다른 동물이 도축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기도 하죠. 가스, 전기충격, 장총 발사에도 제대로 의식을 잃지 못한 동물들은 거꾸로 매달려 그다음 단계인 입수 과정에서 익사하게 되는데, 그때의 몸부림은 고통의 크기를 그대로 보여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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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직설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두 시간의 다큐멘터리는 생각보다 힘든 여정이 될지도 모르지만, 앎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 삶의 지평이 몰라보게 확장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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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을 도모하기 : 동물에게 늙어갈 자유를, 생추어리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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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는 얼굴들>, 2022 /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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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돼지들은 보통 110kg 정도가 되면 도축되지만, 그대로 살려둔다면 360kg을 넘을 수도 있어요. 육계는 태어난 지 6주 만에 도살되고, 산란계가 낳은 수평아리들은 알을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폐기됩니다. 다큐멘터리 <Dominion>에서는 컨테이너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수평아리들이 결국에는 펄프 제조기로 떨어져 형체도 없이 갈려버리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죠. 젖소가 낳은 수송아지도 수평아리처럼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되어 닷새간 지내다가 도축됩니다. 비육용 양은 14살까지 살 수 있지만, 4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도축됩니다. 새끼 밍크는 태어난 지 6달 만에 온몸의 가죽이 벗겨지죠.
<사로잡는 얼굴들>은 사진작가 이사 레슈코*가 생추어리 농장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사진을 촬영하여 엮어낸 사진입니다. 지난 레터의 윤나리 동물 대장도 6명의 소를 구조해 국내에선 최초로 생추어리 농장을 마련했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었죠. 이사 레슈코가 사진집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이 지워버린 동물의 노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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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 속 칠면조 ASH는 8살로, 부리 끝이 절단되어 있고 가운데 발가락들도 부분적으로 절단된 모습입니다. 공장식 축산업이 남긴 흔적이죠. 두 번째 사진 속 돼지 테레사는 13살이며, 생후 6개월 만에 도살장에 옮겨지다가 구조 단체에 의해 구조되었어요. 마지막 사진 속 말은 33살로, 경주마로 일생을 지내다 은퇴하고 생추어리 농장으로 왔습니다.
작가는 생추어리 농장에서 가축들이 인식표가 아닌 이름으로 불리는 모습, 그리고 인간에 의한 죽음이 아닌 늙어갈 자유를 얻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를 회복해 가는 방법을 그려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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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레슈코: <뉴욕 타임즈>, <가디언> 등에서 활동한 사진작가. 주로 동물권, 노화, 죽음에 관한 주제로 작업한다. (작업물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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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Dominion>을 감상하면서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고, 사진집 <사로잡는 얼굴들>을 통해 회복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면 이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때입니다. 우리 삶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죠. 이를 위해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의 대안을 세워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 <아무튼, 비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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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비건>은 비건이 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예요. 작가는 남들처럼 고기를 즐기던 자신이 어떻게 비건이 되었는지, 그리고 비건의 생활을 어떻게 지속해 오고 있는지를 말해요. 누군가 비건이 되었다면 그 이유는 매우 다양하겠지만 작가는 건강때문에 비건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공장식 축산업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동물들을 입에 넣는다면 본인의 영혼이 건강할 리 만무하다고요.
'비건'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소 엄격한 느낌만큼이나 비건이 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장벽을 넘은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비건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여야 한다고 말해요. 완벽한 비건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건적인' 삶의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예요.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 조금 더 윤리적인 삶을 향하는 의지가 비건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고, 그러면 결국에는 비건도 점차 늘어날 거라고요.
비건이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어렵지만, 비건적인 삶을 사는 것은 그다지 굳건한 다짐의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비건적인 마음만 있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삶의 양식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공장식 축산업 문제의 실천적 대안으로서 '비건적인 삶'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아무튼, 비건>에서 힌트를 얻어보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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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식사를 마친 당신은,
도축장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도살을 공모한 셈이다
-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대부분 우리는 동물을 사랑합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일을 반대하지요. 조금 더 적극적인 경우에는 길고양이에게 쉼터를 마련해 주기도 하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하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생산된 식재료들을 소비한다면 그 자체로 동물 학대와 도살을 공모한 셈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지난 레터에서 동물 대장 윤나리 님은 '비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으로 100% 비건 세상을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신월리에 만든 비건 마을처럼 대안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요.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비건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앎의 경계를 넘은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비건적으로' 바꾸기는 충분하다고 믿어요.
알고 나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실감한 레터가 되었기를 바라며, 올해의 봄은 지구와 모든 생명을 살리는 따듯한 물결이 되어 밀려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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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지>는 구독자 여러분들께 더 뾰족한 레터를
보내드리기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쉬어갑니다🙏
재정비를 마치고 더 알차고 유익한 구성으로 돌아올게요!
여름이 익어갈 때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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